숫자 3의 비밀
김종대 글/이부록 그림/언어세상/2007.5.30./56쪽/11,000원
제가 옛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옛이야기 속에 자주 나오는 숫자 3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지요. 한번 눈에 띄인 ‘3’이라는 숫자는 그 영역을 계속 확장하며 제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처음엔 그저 옛이야기 속에 나오는 삼형제, 세 번의 위기, 세 개의 선물, 셋째 딸……이었지만 어느 순간 옛이야기를 벗어나 일상 생활 곳곳에 숨어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삼세판, 천지인(天地人), 정반합(正反合)
책이 나왔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설레였던 책이지요.
언젠가 우연히 김종대 선생님께서 ‘숫자 3’에 대한 책을 쓰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과연 어린이 책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을 봤습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천부인 세 개와 삼천 명의 신하를 데리고 신시를 세웠다는 머리말에서부터 숫자 3의 비밀을 찾는 여행은 시작됩니다.
숫자 3은 완전한 숫자라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숫자 1은 남자를, 2는 여자를, 그리고 3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생명을 뜻한다는 거지요. 이는 음양의 원리에 의한 해석이지요. 저는 3이 완전한 숫자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반드시 음양의 원리로만 설명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양의 원리를 모르는 서양의 옛이야기에서도 3이란 숫자는 자주 등장하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시리즈로 나온 책이니 숫자 3에 대한 비밀도 음양의 원리로 찾는 게 맞겠지요.^^
이렇게 숫자 3의 비밀을 알려주고는 민간 신앙이나 일상 생활 속에 나오는 숫자 3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옛이야기와 설명글이 적당히 섞어서 우리 문화 속 숫자 3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지요.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숫자 3이 정말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여기에 실린 옛이야기는 숫자 3을 설명하기 위한 거라 옛이야기만 볼 때는 좀 아쉬움도 남아요. 하지만 이 책이 옛이야기책이 아니라 우리문화에 관한 책이니만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숫자 3의 의미까지도 알아가며 책을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는
않습니다. 책을 볼 때는 숫자 3이라는 걸 굳이 의식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덕분에 삼족구, 삼족매 같은 건 이 책이니까 볼 수 있는 것이라 참 반갑습니다. 특히 삼족매를 볼 땐 감회가 새로워졌습니다. 어렸을 때 벽에 부적으로 붙어있던 게 바로 삼족매니까요. 그땐 좀 무섭게 느껴졌는데, 여기서 다시 만난 삼두매는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무서운 꿈을 꿀 때면 옛날에 본 그 부적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삼두매를 그려서 붙어놓는 것만으로도 안심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림도 참 좋습니다.
표지 오른쪽에 숫자 3이 보이시죠? 표지 그림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데, 숫자 3 안에는 빽빽한 미로로 가득차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물음표도 보이고요. 숫자 3의 비밀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 마치 꼬불꼬불 미로 속 길을 찾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그림만으로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런 미로 모양은 옛이야기를 제외한 모든 그림에서 활용되고 있지요. 덕분에 이야기와 정보의 양이 꽤 많고 다양한데도 전체 분위기가 하나로 정돈된 듯 보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