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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는
말했다
이민희
글. 그림/느림보/2007.1.17./32쪽/9000원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러시아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우주 개발이 이제 막 시작되던 이때는 대기권에 진입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었지 우주선의 회수 따위엔 관심도 여력도 없었다.
인공위성의
승무원은 라이카뿐이었다. 라이카는 기계가 꽈 들어찬 길이 2미터 가량의 원통형
인공위성 속에서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인 채 우주로 날아갔다. 이
속에 물 공급장치와 음식, 산소발생기 등 라이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와
이를 지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달려있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라이카를
위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라이카는 일주일간 우주를 떠돌다 자동 약물 주입
장치의 약물 주입으로 생을 마감했다. 라이카는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 개발 전쟁의
희생자였다. 하지만 2002년 10월, 라이카가 일주일간 생존했다는 것조차 거짓으로
밝혀졌다. 미국 휴스톤에서 열린 세계우주대회에서 러시아 생물학연구소의 디미트리
말라센코프 박사는 라이카가 높은 온도와 공포로 인해 몇 시간 만에 숨졌다는 증거를
내놓은 것이다.
 우주
개발 전쟁에서 기억되는 또 한 사람.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12일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상공을 일주했다. 물론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유리
가가린은 우주 비행의 새로운 역사를 쓴 사람으로,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앞서 설명이
좀 길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라이카와 유리 가가린에 대해 생각하고
보는 편이 아무래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은 라이카와 유리 가가린 두 인물을
각기 왼쪽면과 오른쪽면에 배치하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때문에 똑같이 우주로
날아갔으면서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한 두 인물의 모습이 강렬하게 대비된다. 강제로
우주로 보내지고 외롭고 힘들게 우주에 머물러 있어야 했던 라이카와 라이카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자신감있게 우주로 날아가 새로운 역사를 역는 감격을
맞는 유리 가가린. 가가린의 영광이 커질수록 라이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작아진다.
드디어 가가린이 여웅이 되어 동상으로 우뚝 서있는 장면에서 라이크는 형체조차
사라진다. 사람들은 유리 가가린만 기억할뿐 라이카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장면에 단 한 줄의 짧은 글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 작가가 그림으로 표현하는
몫이 크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음에도 우주에서 삶을 마치고
잊혀져야 했던 라이카를 다시 우리의 기억으로 되살려낸다.
이제 작가의 거침없는
상상이 시작된다. 우주의 또 다른 별 뿌그별에서 호라 1호가 발사된다. 그리고 라이카는
기적처럼 이들에게 구출되어 뿌그에 도착한다. 뿌그에서 라이카는 당당한 지구 대표다.
뿌그인들이 지구인의 모습을 라이카와 같은 모습으로 상상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기발한 상상력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노란별이라는 설정답게 밝고 조금은 만화
같아 보이는 뿌그인들의 모습은 앞서 라이카의 슬픈 운명과 대비되며 극적인 반전을
이루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참 인상적이다.
이제,
뿌그인들이 지구를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날 것입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뿌그인들이 상상하는 지구 친구들은 물론 라이카의 모습이다.
비록 상상 속의 일이지만 이들이 와서 어찌된 영문이냐고 묻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아마 여기에 자신있게 답할 지구인은 없을 것이다.
늘 일등만 기억하고, 이룬
성과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패배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라이카를
향한 작가의 애정은 곧 사회의 약자 모두에 대한 애정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
감정을 겉으로 직접 드러내기 보다는 현실에서의 대비되는 상황과 도발적인 상상을
통해 느끼게 한다.
글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그림을 통해서 하고 싶은 주제를
맘껏 드러내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다만 글이 너무 함축적이어서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볼 경우 이야기에 몰입하기 좀 힘들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서지 사항이 있는 면지 쪽에 작가 소개에 앞서 라이카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이를 꼼꼼히 들여다 볼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에서
이것저것 설명을 한다면 이 또한 깔끔해 보이지 않을 듯 싶고.
라이카에 대한
이야기를 프롤로그처럼 써 주거나 혹은 표지나 면지부터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그림책의 장점을 살려 라이카가 우주선을 타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줬으면 어떨까
싶어진다.
2006 한국안데르센상
출판미술부문 대상 수상작.
심사평 일부를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된 《라이카는 말했다》는 현대 문명의 풍자로서 작가의 유니크한
감수성이 간결한 문장과 함께 쉽고 편하게 느껴지는 조형언어로 순화된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란할 정도로 기교를 과시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많이지는
요즘의 세태에서, 어찌 보면 진부하고 서툰 듯한 조형언어가 작가 특유의 함축된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완성도 높은 그림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부하기보다는
모자람이 없는 이 작품은 마치 ‘이 그림책을 감상하는 데 지장을 주는 요소가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라고 여유를 부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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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국안데르센상 심사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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