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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파마
이춘시 글/윤정주 그림/임재해
감수/언어세상/2005.6.15./44쪽/8500원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나오고 있는 ‘국시꼬랭이 동네’ 열번째 책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이기는 하지만 중심 문화는 아니기에 그냥 잊혀지고 있는 우리 주변부(?)
문화를 보여주는 이 시리즈는 여간 정감이 가는 게 아니다. 2년 전 이 시리즈 첫
권인 《똥떡》이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눈길이 간다.
《아카시아
파마》는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동네에 살았던 엄마들이라면 어린 시절 한번쯤
해봤을 만한 이야기다. 아카시아 나뭇잎을 다 떼어내고 그 줄기로 머리를 또로로
감아 묶어 놓았다가 풀면 마치 파마를 한 것처럼 곱슬곱슬해진다. 비록 진짜 파마와는
달리 물에 젖기만 하면 바로 풀어지고 말지만, 곱슬곱슬한 머리를 하고 있는 동안만은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 모든 일이 자신만만해지곤 한다.
이 책은 주인공 영남이가
손거울을 가지고 혼자 집을 보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손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좁쌀눈에 돼지코, 하마입에 다 볼엔 주근깨가 다닥다닥하다.
엄마 경대 앞에 앉아 화장도 해 보고, 결국 엄마처럼 파마도 해 보고 싶어진다. 영남이가
선택한 방법은 젓가락을 불에 달궈서 앞머리를 말아 올리는 것이다.
치익, 치이익-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 시절 멋쟁이들이 즐겨 하던 고데 흉내를 낸 것이리라. 고데기를
불 위에 얹어 두었다 뜨거워지면 이리저리 말고 잡아 내리고 하다 보면 요즘 드라이기처럼
마음대로 머리 모양을 만들어내곤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젓가락이 고데기가 될
리는 없다. 영남이는 머리카락을 다 태우고 만다.
마침 놀러온 미희는 영남이를
데리고 뒷동산에 올라가 아카시아 파마를 해준다. 어느새 둘은 미용사 놀이에 흠뻑
빠져든다. 그리고 드디어 아카시아 줄기를 풀자 영남이 머리는 곱슬곱슬 파마머리로
바뀐다. 아마 영남이에게는 그 순간 마법이라도 일어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영남이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저절로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입에서 쿡쿡 웃음이 배어 나온다. 아쉬움이라면
영남이가 젓가락으로 머리를 마는 장면의 경우 지금 아이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장면 이전에 엄마가 미장원에서 고데하는 장면을 본다거나 하는 식의
구성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래도 아카시아 파마에는 홀딱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시리즈의 경우 지금은 경험해 볼 수 없는 것도 많았지만,
아카시아 파마만큼은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해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가까운 곳에
아카시아 나무가 없다면,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시간을 내서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
가서 아이랑 직접 아카시아 파마를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럼 아이에게는
진짜 추억거리가 될 테고, 집에 와서 좀더 창의력을 발휘해 또 다른 재료를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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