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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 손
2002.10.1.

[화제의 책] 설악산 밑 첫 동네, 오색초등 아이들의 사계절 동시집
                산골 마을 어린이들은 자연을 어떻게 노래할까

▨까만 손 /강원도 오색초등학교 아이들 21명, 보리/

겨울 철새가 한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새가 날아가는 걸 봤다/추워서 남쪽 나라로 가는 모양이다/참 멋있다/컴퓨터 영상 같다’

도시 어린이나 산골 어린이나 모두 이렇게 비슷한 동시를 지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도 가장 깊은 산골짝인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 사는 어린이들의 눈에 사계절 자연은 다르다. 설악산 아래 첫 동네인 이곳에 자리한 21명의 오색초등 어린이들에게 사계절은 살아있는 자연, 순수한 삶과 마음이다. 자연을 죄다 잃어버리고 방 안에 갇혀 숨막히는 공부를 억지로 하는 도시의 친구들과는 생각이 아주 대조적이다.

도시 어린이는 시냇물은 ‘졸졸졸’ 흐르고, 개구리는 ‘개굴개굴’, 제비는 ‘지지배배’, 매미는 ‘맴맴’ 운다고 믿는다. 자연의 소리를 직접 듣고 사는 오색 어린이의 느낌은 다르다. 개구리는 ‘꼬르륵 꼬르륵’(개구리 소리·25쪽), 제비는 ‘쪼재발 쪼재발’(제비·46쪽), 매미는 ‘이얼지 이얼지 이얼찌끽 이이이이이이 찌징찌징찌징 쯥쯥쯥쯥’(돌매미·92쪽)으로 들린다. 교과서에 나오는 소리가 아니고, 자연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봄, 오색초등 어린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 구석에 두 평쯤 땅을 파내 논을 만들고 모를 심었다. 여름이 되자 작은 논에 물방개, 방아깨비, 개구리떼가 나타났다. 가을이 되어 이삭이 여물자 다람쥐가 어디서 찾아와 벼이삭을 훔쳐 간다. 벼는 한 되쯤 거둬들였다. 그 쌀로 밥을 지어 먹고, 남은 짚은 새끼를 꼬아 줄넘기를 했다.

오색초등 어린이들에게 농사 체험은 시를 쓰게 하는 계기가 됐다. ‘흙 묻은 손이 자랑스럽다’고 여기면서(표제작 까만손·95쪽), 140편의 알토란 같은 동시를 썼다. 메늘취(봄)·까만 손(여름)·깻단 태우기(가을)·장작 패는 아버지(겨울) 등 ‘정말 아름답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동시들이다. ‘아, 나도 이런 시골에서 이런 선생님을 만나 단지 한 해 동안이라도 배웠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를 느끼게 해주는 동시집이다.

/ 황윤억 기자 gol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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