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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말 속에 담긴 편견들

2002. 8.12.

말 속에 담긴
편견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목할 만한 판정이 있었다.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의 ‘살색’이라는 이름이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살색이라고 말하는 그 색은 우리의 피부빛과 비슷할 뿐, 다른 인종의 피부빛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그 색을 살색이라고 배워온 아이들은 그 색이 살색의 표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색이란 말을 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색이라는 말속에 담긴 인종차별주의적인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번에 내려진 이 판결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크레파스나 수채물감에서 살색이 사라진다는 건 그 이상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오던 말 가운데는 살색 말고도 문제가 있는 말들이 참 많았다. 북한과 관련된 말들 가운데는 그런 말들이 특히 많았다. 어떤 말들은 아예 쓰지 못할 말들도 있었다. ‘동무’나 ‘민중’ 같은 말들은 그렇다. 때론 이렇게 금지된 말들이 아니라 특별히 허용된 말들도 있었다. ‘괴뢰’니 ‘도당’이니 하는 말들처럼. 물론 지금은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달라졌고, 예전에 사용하던 말들 가운데 이제는 쓰지 않는 말들도 많다. 하지만 그 말들은 사라졌어도 그 뜻은 그대로 살아 남아 다른 말들로 대치되기도 한다.
아이들 책을 보다 보면 그런 말들이 눈에 띌 때가 있다. 책을 만든 분들이 일부러 그런 말을 썼을 리는 없다. 살색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썼듯이 그런 말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살색이라는 말속에 편견이 담겨 있는 것처럼, 우리가 쓰고 있는 말들 가운데는 미처 깨닫지 못한 편견이 있을 때가 많다. 문제는 그 편견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진다는 점이다. 아이들 책을 더욱 신경 써서 보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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