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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2002. 6.24.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그림 그리다가도
'옆질'로 새나오면
"나는 이래요" 술술

일주일에 한번씩 꼭 하는 일이 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다. 3년째 계속하고 있는 일이지만 갈 때마다 긴장되고 떨리는 기분은 여전하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주로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림을 그려보는 일이 많다. 하지만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림을 그리는 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거다. 그러니 그림책을 읽어주는 중에, 혹은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아이가 불쑥 끼어들어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문제가 될 게 없다. 아이의 말을 받아주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책을 보면서 미처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떠오른다.

무조건 “몰라요!”만 되풀이하던 아이도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몇 번 듣고 나면, 자기도 생각이 났다면서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때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들이 주인공이 되어 주인공처럼 행동하면서 연극놀이처럼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이야기를 해준다. 호랑이가 까치를 위협해서 까치가 새끼를 내주고 마는 장면이다. 아이가 이야기를 듣다 말고, “새끼는 또 낳으면 되니까 괜찮지요?” 한다. “진짜 그런 것 같니?” 이렇게 한 마디 던져놓고 나니 그 다음은 아이들 스스로 이야기를 나누며 정리해 나간다. 책을 ‘줄거리 파악’ 중심으로 보거나, 미리 시험 문제처럼 정해 놓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책읽기에서 진짜 중요한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책은 머리로 보는 게 아니다. 책은 혼자 보건 여럿이 함께 보건 자기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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