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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텔레비전에 빠져있진 않겠죠?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 <텔레비전 속 내 친구>


책 읽어주는 선생님

텔레비전에 빠져있진 않겠죠?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잔니 로다리 글/페프 그림/주니어김영사)
《텔레비전 속 내 친구》(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유타 바우어 그림/비룡소)


지난 한 해 저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안 켜고 지냈어요. 텔레비전을 한 번 켜면 식구들이 모두 텔레비전에 빠져서 아무 것도 못 했거든요. 그래서 오랜 시간을 설득해 텔레비전을 안 보기로 했어요. 대신 주말에는 보고 싶은 DVD를 맘껏 보기로 했지요. 텔레비전을 안 보면 무척 답답할 듯싶었는데 의외로 전혀 심심하지 않았어요.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사람도 없었어요.
문제는 이사를 하면서였어요. 텔레비전이 잘 나오나 본다는 명목으로 안테나선을 꽂았거든요.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텔레비전을 켠 김에 오랜만에 한 번 보기로 했죠. 그런데 한 번 텔레비전을 켜자 쉽게 끌 수가 없었어요. 너무 보고 싶었던 거라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서, 시사문제니까……. 텔레비전을 봐야 하는 명목은 참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자 이젠 텔레비전을 봐야 하는 명목은 사라졌어요. 그저 습관처럼 텔레비전을 켜게 됐지요. 텔레비전에 빠져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던 차에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어요. 텔레비전에 빠지다 못해 진짜로 텔레비전 속에 들어 가버린 두 아이의 이야기지요. 두 아이는 왜 텔레비전에 들어가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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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주니어김영사)에서 지프가 텔레비전에 들어가게 된 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어요.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갑자기 다리가 근질근질해지더니 순식간에 텔레비전 속에 거꾸로 곤두박질치고 만 거예요. 예전에도 지프처럼 텔레비전에 빠져버린 경우가 있었대요. 밤낮으로 텔레비전만 붙들고 살아서 생긴 병이지요.
이런 경우 치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요. 환자가 있는 텔레비전 앞에 새 텔레비전을 놓아두면 되는 거지요. 그럼 환자는 새 텔레비전이 보고 싶어서 옛날 텔레비전에서 튀어나오게 되는데, 새 텔레비전에 들어가기 전에 동시에 두 텔레비전을 끄면 되는 거래요. 텔레비전을 빠져나온 환자가 돌아갈 곳이 없어지도록 말이에요.
지프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실패. 새 텔레비전을 끄지 못해 지프는 새 텔레비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 거예요. 게다가 분명히 빨려 들어가긴 했는데 지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사라진 지프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지프는 텔레비전에 빠지면서 전자파가 되었어요. 지프는 지프-파가 되자 텔레비전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빛의 속도로 갈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병원 내시경 텔레비전 화면은 물론이고, CC TV에 나타나기도 했어요. 텔레비전 회선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나 눈 깜짝할 사이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엔 인공위성에 있는 텔레비전까지 가게 되요.
지프를 구하기 위해서 전 세계는 모두 힘을 합치죠. 인공위성도 세 개나 발사하고요. 덕분에 지프는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게 되요.
조금 황당하게 보이기도 하는 지프의 모험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해요. 하지만 제가 직접 텔레비전 속에 빠져 이런 모험을 겪고 싶지는 않아요. 어쩌면 지프도 마찬가지일지 몰라요. 텔레비전 속에 빨려 들어가는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요.

『텔레비전 속 내 친구』(비룡소)는 안톤이 쓴 일기 형식의 이야기에요. 안톤은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졌죠. 일기는 두 사람이 사라진 뒤 발견한 거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톤이랑 할머니가 사라진 건 두 사람이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에서 지프도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게 됐지만 그때와는 전혀 상황이 달라요. 지프는 늘 텔레비전에 빠져 지내다가 진짜로 텔레비전에 빠지게 됐지만, 안톤이랑 할머니는 스스로 텔레비전 속으로 걸어 들어갔거든요.
물론 안톤도 텔레비전을 즐겨 보던 아이였어요. 하지만 텔레비전이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엄마 아빠는 늘 싸우느라 안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죠. 친구도 없었고요.
어느 날, 안톤은 우연히 텔레비전 속에 살고 있는 칼 아저씨를 만나게 되요. 아저씨는 엄마 아빠와는 달리 안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죠. 안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텔레비전에서 나와 직접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고요.
안톤과 할머니가 들어간 텔레비전 속은 바로 칼 아저씨가 살고 있는 곳이에요. 두 사람에게 이 세상은 별다른 미련이 없었지요. 안톤의 엄마 아빠는 이혼을 하게 됐고, 할머니는 정신병원에 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죠. 결국 두 사람은 이 세상에 남는 것보다는 텔레비전 속에 들어가 칼 아저씨처럼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 거에요. 어쩌면 텔레비전은 희망이 없는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는지도 몰라요.
안톤이랑 할머니는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지프처럼 나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날마다 보는 텔레비전이 조금 다르게 보여요.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이 글은 <초등 독서평설> 2008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5/11/12    
  초등 4-6학년에 권합니다. 2015/11/12    
  <지프, 텔레비전 속에 빠지다>는 아쉽게도 현재 절판 상태로 나오네요.ㅠㅠ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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