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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옛이야기의 변신은 무죄! <청아 청아, 눈을 떠라>, <심청이 무슨 효녀야?>


책 읽어주는 선생님

옛이야기의 변신은 무죄!

《청아 청아, 눈을 떠라》(공진하 글/정철 그림/청년사)
《심청이 무슨 효녀야?》(이경혜
/ 양경희 그림/바람의아이들)


우리 친구들도 옛이야기 좋아해요? 선생님은 딸에게 세 살 무렵부터 옛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 말이에요. 딸은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몇 번이고 듣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하도 많이 들어 이야기를 달달 외울 지경이 되자, 딸이 새로운 주문을 하기 시작했죠. 주인공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바꿔 달라는 건 흔한 일이고, 아예 줄거리를 이렇게 바꾸라는 둥, 저렇게 바꾸라는 둥, 요구가 점점 다양해졌어요. 이렇게 해서 새로운 옛이야기가 탄생했지요.
그러다 보니 선생님도 옛이야기를 바꿔 쓰고 싶은 욕심이 나던걸요? 예를 들어 『심청전』 같은 이야기 말이에요. 심청이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은 참 못마땅하거든요. 옛날에는 ‘효’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나 봐요. 옛이야기를 새롭게 고쳐 쓴 책들이 있는 걸 보면 말이에요. 오늘은 그 가운데 『심청전』의 새로운 변신을 눈여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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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청아, 눈을 떠라』(청년사)의 주인공은 심청이 아니라 아버지인 ‘심학규’예요. 그런데 제목이 조금 이상하네요. 앞을 못 보는 건 심학규인데, 어째서 심청더러 눈을 뜨라는 것일까요?
이 책에서 심학규는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감각을 이용할 줄 알았거든요. 과일을 살 때 심학규가 앞을 못 본다고 속이려는 주인에게 자신은 손으로 만져 보고, 코로 냄새 맡아 보고, 귀로 소리를 들어 본다며 속일 생각일랑 말라고 하죠.
하지만 심청은 아버지를 창피하게 생각해요. 마음씨 곱고 착한 심청이지만 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더듬거리며 다니는 걸 싫어하죠. 동네 꼬마들한테 ‘비렁뱅이거지 봉사눈먼 사람 딸’이라는 놀림을 받은 뒤로는 아버지를 더욱 창피스럽게 여겨요. 그래서 심청은 아버지를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자기가 대신 동냥을 나서요. 놀림을 받기보다 고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거죠.
마을 사람들은 이런 심청을 기특하다며 칭찬해요. 효심이 대단하다면서 말이에요. 졸지에 심학규는 딸에게 얻어먹는 신세가 돼요. 이때부터 심학규는 날마다 한숨을 달고 살아요. 자신이 정말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졌거든요.
하지만 심청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아요. 그저 아버지가 앞을 못 보기 때문에 한숨짓는 거라고만 생각해요. 그래서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대뜸 공양미절에 예를 올릴 때 쓰이는 쌀 300석을 절에 주기로 약속하죠. 그러곤 배에서 허드렛일을 해 줄 사람을 구한다는 말에 배를 타기로 결심해요. 사실 심청은 평생 앞 못 보는 아버지 뒷바라지나 하다 늙어 죽느니, 이 기회에 넓은 세상 구경이나 실컷 하자는 속셈이었어요.
나중에야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아버지는 심청을 나무라지요. 큰돈에 눈이 멀어 앞뒤 가리지 않고 그 사람들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말이에요. 그러나 심청은 아버지가 하는 말을 새겨듣지 않아요. 과연 심청은 어떻게 될까요?
이 이야기에서 심청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딸이었어요. 그저 몸만 편하게 해 드리면 자식으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요. 결국 마음의 눈을 떠야 할 사람은 심학규가 아니라 심청이었던 거예요.

『심청이 무슨 효녀야?』(바람의아이들)에는 새로운 모습의 ‘뺑덕 어미’가 나와요. 원래 뺑덕 어미는 심학규의 돈을 가로채는 나쁜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좀 달라요.
뺑덕 어미는 남이 뭐라 하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에요. 여자가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던 조선 시대에는 행실이 바르지 못한 여자로 보이기 안성맞춤이죠. 게다가 험상궂은 얼굴과 거친 말투에 가려 뺑덕 어미의 착한 마음을 그 누구도 몰라봐요.
뺑덕 어미는 심청을 동정하지 않았어요. 심청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깊이 아끼죠. 뺑덕 어미는 남몰래 심청을 돌봐 주며 늘 이런 말을 해요.
“네 아비는 앞을 못 보고, 너는 어리니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지.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미안해 할 것도 없다. 그 대신 일할 나이가 되면 꼭 네 손으로 벌어먹어야 된다.”
덕분에 심청은 동냥을 나가서도 늘 당당한 아이로 자라요. 심청이 열다섯 살이 되자, 뺑덕 어미는 해녀 일을 가르쳐 먹고살 방법을 알려 주어요. 이뿐이 아니에요. 뺑덕 어미는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판 심청을 ‘불효녀’라며 심하게 꾸짖어요. 그러곤 심청 몰래 심청처럼 꾸미고 대신 뱃사람한테 팔려 가요. 자신의 목숨도 아낌없이 내놓는 뺑덕 어미! 이쯤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뺑덕 어미는 잊어야겠죠?
아 참, 이 책에는 『심청전』 말고도 『선녀와 나무꾼』, 『우렁 각시』, 『콩쥐 팥쥐』, 『춘향전』을 새롭게 쓴 이야기들이 실려 있답니다.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마다 지방마다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게 옛이야기의 매력이기도 해요. 우리 친구들도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가 있다면 새로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은 <초등 독서평설> 2008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5/06/20    
  초등 4-6학년에 권합니다. 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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