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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표류, 새로운 세상과 만나다 <이선달 표류기 1-3>,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책 읽어주는 선생님

표류, 새로운 세상과 만나다

《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 1-3》(김기정 글/이승현 그림/웅진주니어)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김성미
/ 최용호 그림/푸른숲)

 

얼마 전 대천 앞바다 방파제에서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잠잠하기만 했던 바다가 갑자기 큰 파도를 일으킨 거지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파도였기에 방파제 가까이 있던 여러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려가고 말았지요. 2004년 말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쓰나미의 공포가 되살아나던 순간이었어요. 물론 그때와는 규모가 전혀 다른 것이었지만요.
이럴 때면 바다는 참 무서운 곳 같아요.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바다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기도 해요. 일단 점점 날씨가 더워지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지요. 또 우리에게 생선과 해산물을 제공해주는 터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바다는 사람들에게 끝없는 동경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멀리 수평선을 보면서 그 수평선 너머를 꿈꾸게 해 주니까요.
그래서일 거예요. 바다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나갔던 이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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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예측하기가 참 힘든 곳이에요. 특히 바람에 의지해 바닷길을 나섰던 시절은 더 그랬지요. 바람이 심하게 불면 배는 완전히 부서져 버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지요. 때론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끌기도 해요. 이렇게 바다에서 한없이 떠도는 걸 표류라고 하지요.
한참을 표류한 뒤 겨우 땅에 닿아도 어려움은 늘 있어요. 이렇게 닿은 곳은 아주 낯선 곳이기 때문이죠. 그건 『로빈슨 크루소우』나 『15소년 표류기』를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한번 바다에서 표류를 하면 바다에서 살아남아도 다시 돌아가기까지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답니다.

『별난 양반 이선달 표류기』(웅진주니어)에 나오는 이선달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바닷길에 나서요. 이선달 아버지는 지구가 둥글다고 말했다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된 뒤 대문을 닫아걸고 지내다 돌아가셨죠. 이선달도 과거에 합격하고도 세상에 나서지 말라는 말씀 때문에 집안에서 책만 읽으며 지냈고요. 그러다 이선달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말씀을 증명하기 위해서 세상 밖으로 나와요.
이선달이 아버지 말씀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바다 멀리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뱃사람들은 먼 바다로 나가고 싶어 하질 않았으니까요. 겨우겨우 얻어 탄 배는 부산에서 북쪽 강릉까지 가는 화물선이었죠.
하지만 이선달에게 기회가 와요. 잠잠하던 바다에 큰 바람이 불면서 높은 파도에 휩쓸리게 된 거지요. 그래요. 이선달은 표류를 하게 된 것이죠. 무서워 벌벌 떠는 뱃사람들과 달리 이선달은 신이 났어요. 역시 땅은 둥글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이선달 일행이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곳은 지금의 북해도 어디쯤이에요. 이곳에서 생긴 모습도 낯선 아이누족을 만나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이 만국 공통어인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엔 웃음이 절로 나와요. 또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기도 하고요.
이선달이 겪은 이 이야기는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요. 조선 시대 영조 때 살았던 이지항이라는 사람이 겪었던 일이래요. 책 뒤에는 이지항이 쓴 『표주록』이 갖추려 있어요. 이야기와 견주어 읽어보면 더욱 흥미롭답니다.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푸른숲)는 조선 시대 성종 때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선달 보다도 훨씬 더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지요. 이 말은 최부는 이선달 보다 더 가슴 졸이는 표류를 했다는 뜻이기도 할 거에요.
최부는 관리로 제주도에 갔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인 나주로 돌아가는 길에 표류를 하게 되요. 하늘 외에는 아무 것도 믿을 게 없던 사람들은 배에서 통곡만 할 뿐이었죠. 배에 탄 사람들을 다독여야 할 최부도 마찬가지였어요. 자신이 죽더라도 시신이 배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배의 나무 기둥에 자신의 몸을 묶기도 했으니까요.
최부 일행이 겨우 겨우 도착한 곳은 중국 남쪽의 절강성이었어요.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어요. 때로는 도적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왜구로 몰리기도 했으니까요. 겨우 조선의 관리라는 걸 인정받고 조선에 돌아갈 수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도 결코 만만치는 않았지요. 이번엔 뱃길이 아니라 육로로 갔지만,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이 역시도 쉽지 않은 길이었답니다. 게다가 그동안 고생으로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고 말이에요.
최부는 조선에 돌아온 뒤, 표해 기록을 올리라는 성종의 명령을 받아 『표해록』을 써요.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던 당시에 표해 기록은 아주 중요한 정보가 됐으니까요. 이 책은 바로 최부의 『표해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이랍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책이지만 오히려 중국에서는 ‘중국의 3대 기행문’으로 유명한 책이지요. 일본에도 이미 1769년에『당토행정기』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기도 했고요.

이선달과 최부. 두 사람한테 표류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힘들고 어렵기만 한 길이었을까요? 이들이 만난 낯선 세상은 어쩌면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해주었을 지도 몰라요.

 




  이 글은 <초등 독서평설> 2008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5/03/04    
  초등 4-6학년에 권합니다.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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