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 124, 1 / 7 pages  

이 름   
제 목    내 방의 건축가가 되어 보세요 <건축가 김수근>,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


책 읽어주는 선생님

 

"내 방의 건축가가 되어 보세요"

《건축가 김수근 - 공간을 디자인하다》(황두진 글/나무숲)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이민아 글/오정택 그림/샘터사)

 

얼마 전 이사를 했어요. 먼저 살던 집과 비슷한 크기의 집이죠. 그런데 방마다 가구를 들일 때 어찌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방 크기가 약간씩 달라 가구 놓을 자리가 확 달라져야 했거든요. 고작 한 뼘쯤 더 크거나 작았는데 말이에요. 요리조리 가구 놓을 자리를 고민하면서 새삼 느꼈어요. 똑같은 크기의 방도 꾸미기에 따라 더 넓어 보이기도 하고, 좁아 보이기도 한다는 걸 말이에요. 편리하면서도 보기 좋게 꾸미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죠.
그러고 보니 ‘건축가’가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건축가는 새로 지을 건물을 설계하고, 완성하기까지 모든 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에요. 물건 놓을 자리 하나 생각하는 것도 고민스러운데 건물을 지으려면 오죽 복잡할까 싶더라고요.

책장 넘기기

오늘 소개할 책은 건축가 ‘김수근’에 관한 거예요. 아마 우리 친구들에겐 ‘김수근’이란 이름이 낯설 거예요. 김수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건축가예요.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지요.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그분이 지은 건물은 친구들도 알 거예요. 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 주경기장과 올림픽 체조 경기장, 서울에서 가장 긴 건물인 ‘세운 상가’ 같은 곳이 김수근의 작품이랍니다.

『건축가 김수근』(나무숲)은 김수근의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김수근은 넉넉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여러 가지 취미를 즐긴 덕분에 남들보다 앞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지요.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중학교 때 일이에요. 덕수궁에 갔다가 ‘밥(Bob)’이란 미국 군인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건축가였어요. 김수근은 영어 사전을 옆에 끼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때 들은 한마디가 김수근의 인생을 결정했어요. 밥은 건축가란 단순히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커다란 화폭그림을 그려 놓은 천이나 종이의 조각을 배경으로 일하는 예술가’라고 말했다고 해요. 김수근은 평생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두었지요. 그 뒤로 두루두루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도 많이 하면서 건축가의 꿈을 키워 갔어요. 건축가가 된 뒤에도 김수근은 보고 듣고 즐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지요.
이 책에는 그분이 만든 건물들의 사진과 손수 그린 건물의 스케치와 설계도 따위도 함께 실려 있어요. 화가가 그림으로 자신을 말하듯, 건축가는 건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법이잖아요. 손수 지은 건물에 대한 이야기는 곧 건축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지요. 손때 묻은 스케치와 설계도를 보면서, 건물을 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샘터)는 김수근이 건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에요. ‘대지집을 지을 땅는 어떤 집이 자기에게 놓이길 원할까?’ 이것은 김수근이 집을 짓기 전에 하던 고민의 출발이었어요. 책의 첫 부분도 ‘건축가는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지요.
이 책은 말랑말랑해 보이는 그림책이에요. 읽어 보면 여느 인물 이야기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인물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겪은 일들을 들려주기보다 김수근이 건축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담고 있지요. 김수근은 벽돌을 유달리 사랑했어요. 그가 남긴 건물 가운데에도 붉은 벽돌로 지은 것들이 많아요. 그는 벽돌이 지니는 따뜻함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리고 벽돌을 한 장 한 장 손으로 쌓아 올리면서 많은 걸 느낀다고 했지요. 어떤 일이든 벽돌을 쌓듯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걸 깨닫지 않았을까요?

이 책에서 글쓴이는 건축을 낯설어 하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요.
“창가에 화분을 내어다 놓고, 방 안의 책상을 돌려놓아 새삼 새롭고 깨끗한 벽을 만나는 일들……. 이렇게 평범하지만 작은 일들에서 건축은 조그맣게 시작됩니다.”
라고 말이죠.

아, 이제야 알았어요.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왜 건축가 김수근이 떠올랐는지를요. 선생님이 한 일도 작은 부분이지만 건축을 하고 있던 셈이네요.




  이 글은 <초등 독서평설> 2008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초등 5,6학년에게 권하는 책입니다. 2013/03/06    
  윗   글   괴물을 물리치는 비법을 알려줄까요? <풍선 괴물 우누구누>, <오이 대왕> [1]  
  아랫글   <자유의 길> VS <엄마가 수놓은 길>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