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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발칙한 생각, 발칙한 이야기 - "생쥐대왕의 발칙한 생각"을 읽고


이 책은 우리 몸의 구조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어떤 내용일까 싶었는데 정말 의외였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과수원에 달콤한 배를 갉아먹으러 갔던 생쥐 여왕과 셋째, 일곱째 공주가 쥐덫에 걸려 죽고 만다. 생쥐 대왕의 슬픔과 노여움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어서 결국 '사람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사람을 무찌르는 방법을 알거나 사람 몸에 대해 잘 아는 생쥐를 찾는 현상을 내건다. 그리고 결국 생쥐나 생쥐의 추천을 받은 거위나 개가 와서 생쥐 대왕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분야의 사람의 몸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작가는 잡지사에서 과학·의학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남에게 이런저런 질병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사람 몸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 스스로에게도 재미있게 쓰여진 사람 몸에 관한 책이 꼭 필요했던 셈이다. 그리고 결국은 그 책을 스스로 쓰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의 의도는 조금 빗나가버린 듯하다. 이야기와 지식이 서로 꽉 맞물려 있다기보다는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사람 몸에 대해 설명을 하는 생쥐나 그 분위기는 다소 방만하기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일단 사람 몸을 설명할 때는 교과서 식의 설명글을 그대로 답습하고 만다. 그것도 예전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처럼 사람 몸 각 부분에 대해 도식적으로, 짧게 설명하고 만다. 이야기는 길고 전해주는 지식은 너무 짧다. 거위가 사람 피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의 머리털은 생김새가 다 다르지요. 우리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머리털이 꼬불꼬불한 사람도 있고 뻣뻣한 사람도 있을까? 그건 털이 나오는 구멍(모낭)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43쪽)

사람 머리털이 다른 까닭을 묻는 생쥐 대왕의 질문에 이렇듯 '모낭' 때문이라고 말하고 나면 그뿐이다. 모낭에 대한 설명도 없고 모낭의 모양이 달랐을 때 털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복잡한 사람 몸을 단답형 문제처럼 풀어나간다.
그러다 보니 생쥐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람 몸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사람을 무찌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이는 우리 사람 몸이 얼마나 훌륭한지,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결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마지막에 장에서 페스트균에 희망을 걸고 힘껏 박수를 치는 생쥐들의 모습이 가엾게만 느껴진다. 생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보니 읽는 나까지도 생쥐의 입장이 되어버린 걸까?
왜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혹시 이 책의 대상을 애매하게 잡았던 건 아닐까. 작가는 사람 몸에 대한 지식 수준을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정도로만 잡고,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이면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지식은 단답형으로, 이야기는 사람 몸의 각 부분을 하나씩 설명해나가는 기본 구조 외에는 치밀함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쉽게 잘 읽히고, 읽는 동안은 '아, 그렇구나!' 싶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남는 건 없다.
어쩐지 나 자신이 헛고생만 하는 생쥐 대왕이 되고만 꼴이라는 느낌이다. 정말 발칙한 책이다.




  이 글은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의에서 펴내는 격월간 출판.서평전문 저널 <북 앤 이슈> 20004년 5호에 실린 글입니다. <생쥐대왕의 발칙한 생각>은 원래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으로 뽑힌 책입니다. 하지만 제가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저는 별로 좋지 않은 책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혹평만 하고 말았네요.ㅠㅠ 처음 제가 제목을 붙일 때는 여기 있는 대로 '발칙한 생각, 발칙한 이야기'였는데, <북 앤 이슈>에는 '이야기로 풀어낸 몸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실렸습니다. 200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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