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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아이와 책

2004. 2. 2.

아이와 책

책 제대로 읽었나

'질문' 보다는 '관찰'을

 

 

 

 

 

 

 

 

 

 


어른들은 참 조급하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꼭 확인하고 싶어 한다. “어땠어” “재밌었어” “내용이 뭐였어”
그런데 아이들은 늘 어른들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응 재밌었어.” “그냥.” “웃겨!” 아이들의 대답은 언제나 비슷하다. 어른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얘가 책을 제대로 읽고 있기는 한 건지, 혹시 책을 싫어하는 건 아닐지….
책을 읽고 그 효과가 당장은 아니라도 뭔가 확실히 눈에 띄었으면 하고 욕심을 부리던 어른들로서는 맥이 빠지고 만다. 하지만 아이가 지침서대로 정보를 입력하고 그대로 실행하는 로봇처럼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어른들은 먼저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 책을 읽은 효과(!)는 아주 서서히 그리고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도둑질을 하는 아이가 나왔는데 그걸 본 5살짜리 딸이 물었다. 도둑질이 나쁜 거냐고. 그래서 나쁜 일이니까 절대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그럼 배가 고파 죽게 생겼는데 도둑질을 하면 나쁜 거냐고 자기는 배고파 죽겠으면 도둑질을 해야겠다고 한다. 아이의 말만 들으면 아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며칠이 지난 뒤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진짜 배가 고프면 도둑질 하겠냐고. 그랬더니 아이가 말한다. 그럼 일곱 형제가 도둑질을 안해서 마을 사람들이 다 굶어죽었으면 좋겠냐고.
난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아이는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재주가 있는 일곱 쌍둥이가 사또 곳간을 털어 굶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이야기 말이다. 아이는 이 책을 볼 때 분명 “웃겨!” “그냥.” 하고 낄낄거린 것 외엔 없었다. 그런데 겉으로는 그저 웃음거리로 봤지만 아이는 책에 담긴 ‘진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렇듯 아이가 일상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이미 책의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책에만 관심을 가질 때는 결코 발견할 수 없다. 이것이 아이와 책, 그 가운데 아이에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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