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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살아있는 이야기란?

2004. 1. 19.

살아있는 이야기란?

이야기를 가둬두면
도깨비로 변한다나?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 아이는 누구한테든지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듣고는 종이에 적어서 커다란 자루에 담아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이의 이야기 자루가 꽉 차고 난 뒤 세상에는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남게 되었다. 이야기란 돌아다녀야 하는 건데 아이가 몽땅 가둬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독점(!)한 이 아이는 행복했을까 이야기의 뒷부분을 한번 들어보자.
몇 해가 지나고 아이가 장가를 들게 되었다. 장가들 준비에 집안이 떠들썩한데 그 집 머슴 하나가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자루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이야기가 도깨비로 변해서 아이를 혼내 줄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놈은 샘물이 되어 아이가 물을 마시면 그냥 저승으로 보내겠다 하고, 한 놈은 배나무가 되어 아이가 배를 따 먹기만 하면 저승으로 보내겠다 하고, 한 놈은 한 뼘짜리 독침이 되어 신부집 혼례청 방석 밑에 곧추 서 있다가 맞절을 할 때 저승으로 보내겠다 한다.
머슴은 깜짝 놀라 아이가 장가가는 길에 꼭 따라가기로 한다. 그리곤 샘물을 마시고 가자해도 모른 척하고, 배라도 따먹자 해도 모른 척 하고, 드디어 혼례를 치루기 위해 절을 하려는 순간에 아이를 와락 밀쳐 버렸다. 난리가 난 것이다. 아이가 화가 나서 머슴의 멱살을 쥐고 소리를 질러대자, 머슴은 그제야 사정 이야기를 한다. 방석 밑의 독침은 꼼짝 못할 증거였다. 아이는 머슴에게 고마워하고, 혼례을 마친 뒤 집에 와서는 자루를 끌러 이야기들을 다 풀어줬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는 다시 이야기가 돌아다니게 됐다고 한다.
이야기란 갇혀 있어서는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아이들이 떠오른다. 이야기 책이든 공부 책이든 뭐든지 머릿속에 꼭꼭 채워 넣기만 하는 우리 아이들 말이다. 아이들 머릿속에 갇힌 그 이야기들을 이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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