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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독후감상문

2003. 9. 21.

독후감상문

어른 그림자 '어른'
뭉클함이 없어요


가끔 아이들이 쓴 독후감상문을 볼 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글들이 있다. 이런 글은 대개 1~2학년 아이들의 글에서 나타난다. 글의 내용도 그렇지만 문장의 호흡이나 단어의 선택도 1~2학년 아이들이 썼다고 보기엔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조숙하다. 여러 학년 아이들의 글을 함께 볼 때면 이런 현상은 더욱 눈에 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년이 낮을수록 글을 더 잘 쓰는 거 아냐’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자기 아이들을 키우거나 아이들과 자주 만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1~2학년 아이들이 이렇게 쓸 수 있나요” “아니요. 못 써요. 어른들이나 그런 말을 쓰죠.” 말을 듣고 보니 아무래도 아이가 아닌 어른 냄새는 나는 것 같다. 혹시 누군가 써 준 건 아닐까 아니면 누가 고쳐줬을까 괜한 의심을 품어본다.
그러다 문득 내가 괜한 의심을 하는 것 아닌가 싶어진다. 아이들 가운데도 꽤나 조숙한 아이들이 있지 않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다시 찬찬히 살펴본다. 아이의 생각이 담겨있는지를. 책 내용과 자기 경험을 하나씩 연결시켜 가며 쓴 글이 아주 자연스럽다. 책 이야기만 쓰는 게 아니라 자기 경험을 담아 쓴 걸 보면 아이가 쓴 게 맞는 것도 같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읽으면 읽을 수록 아이가 아닌, 어른이 쓴 글이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책을 조목조목 자기 경험과 일치시켜 나가는 것도 1~2학년 아이들의 특징은 아니다. 책을 읽자마자 그 자리에서 쓴 독후감상문과 시간의 여유를 갖고 써낸 독후감상문을 견주면 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책을 읽고 바로 쓴 독후감상문은 글은 조금 거칠어도 아이들의 진심에서 우러난 느낌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이런 글은 읽는 사람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잘 다듬어진 독후감상문에서 그런 뭉클함이 없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1-2학년 숙제는 엄마 숙제잖아요. 아이들 숙제 때문에 엄마가 바빠요.” 혹시 이런 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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