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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으시다고요?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11

동아일보 2007. 6. 26.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으시다고요?


엄마들이 가장 읽히고 싶어하는 분야의 책 가운데 하나는 위인전이다. 아이가 능력만 된다면 되도록 빨리 보여주고 싶어한다. 아이가 어떤 인물에 대해 약간의 관심을 보이기라도 하면 위인전을 들여놔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위인전은 사실 쉽지 않은 책이다. 위인전이란 ‘역사 속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물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초등 3-4학년 정도는 되어야지, 7-8살 아이들한테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위인전을 되도록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아이가 위인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아이에게서 일찍부터 그 싹을 보고 싶은 마음 말이다.

둘째는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자신의 미래를 위인전을 통해 발견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직업의 세계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첫째 이유와 좀 달라보이지만 결국 아이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첫째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셋째는 학교에 들어가면 인물들에 대해서 알아야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일종의 선행 학습의 하나다. 취학 전후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나온 위인전일수록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인물이 선호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위인전을 좋아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엄마가 위인전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점점 더 안 보려고 하는 경우도 생긴다. 엄마가 위인전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드러나기 때문에 더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아이들 가운데도 위인전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만화 때문에 위인들의 이름이 익숙해진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그것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사람의 일생만큼 드라마틱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위인전을 본다. 이 이야기가 진짜 옛날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위인전을 쉽게 보여주는 건 참았으면 좋겠다. 일단 위인전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극히 소수뿐이다.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의 욕심 때문에 보여주는 위인전은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우리 아이는 하루 종일 책만 봐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이런 말을 하는 엄마에게는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다. 아이가 하루종일 책을 읽어달라고 해서 때론 너무 힘들다는 투정이 섞여 있어도 사실은 뿌듯함이 앞선다.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던 아이들인데, 왜 커갈수록 점점 책을 안 보려고 한다는 걸까?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하루종일 책만 본다는 아이들의 경우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하루종일 책만 본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아직 엄마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3-4살 이전의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또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 외에는 아이와 함께 다른 활동을 적극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이가 책을 하루종일 보는 것이 책이 정말 좋아서라기 보다는, 아이가 알고 있는 세계가 책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리면 어릴수록 엄마가 만들어주는 경험 외에 다른 경험은 하기 어렵다. 즉, 엄마와 함께 하는 공간이 아이들 세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또 혼자서는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엄마랑 함께 뭔가를 했을 때 엄마가 기뻐하면 아이도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이는 책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엄마랑 함께 책을 보며 느끼는 유대감과 안정감을 즐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는 정말 책을 좋아하던 아인데요, 어린이집에 다니고 나서부터 책을 잘 안 봐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이전보다 책을 덜 보곤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면서 지금까지의 세계가 아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친구랑 노는 재미도 대단하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의 재미에 빠진 아이들에게 책은 뒷전으로 밀린다.
이런 현상은 집안에서 책만 보며 지낸 아이들에게서는 자주, 책과 함께 다양한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에게서는 덜 나타난다. 다양한 놀이를 즐기던 아이들은 어려서는 다른 아이보다 책을 덜 보는 것처럼 보여도 더 꾸준히 보고, 더 풍부하게 받아들인다.
또 드물긴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책을 보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자신이 책을 보면 엄마는 무조건 안심하고 기뻐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책만 본다고 기뻐하지는 말자. 책이 만능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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