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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글자를 아니까 이제 혼자 읽으라고요?

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 9

동아일보 2007. 6. 12.

글자를 아니까 이제 혼자 읽으라고요?


글자도 모르면서 무슨 책을 본다고 그러니?”
“책 좀 혼자 보면 안 되니? 그러니까 빨리 글자를 배워야지.”
“넌 글자를 아니까 이제 혼자서 책을 봐야 되는 거 아니니?”
간혹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그 바탕에는 ‘책읽기’를 ‘글자 읽기’와 동일시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글자를 모르면서 혼자 책을 보면 불안해져서 아이가 보던 책을 뺏어서라도 직접 읽어주고 싶어한다. 아이가 빨리 글자를 배워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또 아이가 글자를 읽게 되면 당연히 혼자서도 책을 잘 봐야 한다고 여기곤 한다.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되도록 한글을 빨리 가르쳐주고, 아이가 한글을 어느 정도 뗐다고 생각하면 아이 혼자서 스스로 책을 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는 좋게 보자면, 아이가 한글을 빨리 떼면 세상을 보는 눈이 그만큼 넓어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른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조금 속되게 말하자면, 그림책의 글자가 점점 많아질수록, 또 아이가 읽어달라고 하는 책이 점점 많아질수록 엄마가 책을 읽어주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이가 글자를 하나하나 읽을 수 있게 됐다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글자 하나하나에 갇혀서 글자만 읽어내릴 뿐 오히려 더 좁게 볼 가능성도 있다. 세상을 넓게 보기 위해서는 글자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 세상과 자신을 연결시켜 볼 수 있는 생각의 힘이 받쳐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게 곧바로 아이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에 아이는 온 신경을 글자를 읽어내는 것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 즉 아이는 ‘글’이 아닌 ‘글자’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글자는 읽어내도 글을 제대로 읽어내진 못한다. 아이가 혼자서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기는 그냥 글자가 아니라 글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때인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글자를 읽을 줄 안다고 혼자서 읽으라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잘 들어오지도 않는 글을 읽다 보면 책은 점점 재미없어지고, 정작 충분히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기엔 책과 멀어져버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후 시기까지는 눈으로 읽는 것보다는 귀로 듣는 게 훨씬 더 잘 들어오는 때다. 듣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게 되고, 이것이야 말로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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