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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제목 : <꼬물꼬물 곤충이 자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연못 이야기> 51 - 조회
- 작성자이름 :   2018/06/02 일

《돼지 이야기》(유리/이야기꽃/2013)


아주 특별한 생태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보통 생태그림책이라면 어떤 그림책이 떠오르나요? 저한테 생태그림책은 조금은 딱딱한 지식그림책이에요. 자연의 생태를 알려주는 생태그림책은 동화처럼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생태를 설명해주지요. 개별 개체에 대해서, 혹은 개체군에 대하여, 또는 서식지에 대하여…… , 자연의 이런저런 모습을 독자들에게 알려주지요.
그래서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자란 저에게 생태그림책이란 마음으로 느끼는 책이라기보다는 머리로 이해하고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본 두 권의 생태그림책은 달랐어요.  

먼저 《꼬물꼬물 곤충이 자란다》(곤도 구미코 글, 그림/한울림어린이)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모양의 작은 알들에서 시작합니다. 식물의 줄기와 가지, 이파리에 붙어 있는 알들이지요. 그리고 그 많은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식물의 이파리를 먹고 쑥쑥 자랍니다. 자라는 건 애벌레뿐이 아니에요. 이 책이 ‘곤충’에 초점이 맞춰있는 만큼 글은 애벌레에만 맞춰있지만 그림을 보면 식물들 역시 함께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애벌레들은 자라서 변신을 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지만, 여전히 식물들이 자라는 수풀 속에서 살아가요. 수풀 속에 사는 곤충들은 식물들에 가려져 자세히 안 보면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우리가 수풀을 지나가며 눈여겨보지 않으면 애벌레나 곤충들을 발견하기 어렵듯이 이 책에 나오는 애벌레나 곤충들도 수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아요. 아주아주 자세히 책을 들여다봐야 수풀 속의 애벌레며 곤충들을 볼 수 있어요. 애벌레와 곤충들이 하는 말(?)도 아주 작은 글씨로 써 있어서 일일이 찾아서 보기 힘들어요.
만약 이 책을 통해 자세한 곤충의 한살이 모습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대신 이 책은 다른 책보다 훨씬 더 생생한 생명력을 느끼게 해 주지요.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치는 수풀 속에서, 곤충들은 우리가 못 듣는 자기들만의 언어로 요란뻑적지근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지요.
그래서 다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금 내가 지나치는 길옆 수풀 옆에서 귀를 기울이면, 수없이 많은 벌레며 곤충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연못 이야기》(조이스 시드먼 글/베키 프랜지 그림/웅진주니어)는 미국의 한 연못의 사계절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그런데 그 구성이 아주 특별해요.
그림도 좋지만 글의 매력이 대단합니다. 연못에 사는 개별 생명들의 특징을 표현한 시가 아주 일품입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고성청개구리에 관한 시를 소개해 볼게요.

 

<내 노래를 들어 봐요>

 

봄밤에 내 노래를 들어봐요.

촉촉한 밤,

비 오는 밤,

고요한 밤에 내 노래를 들어 봐요.

난 밤중에 노래를 불러요.

 

내 심장이 따뜻해지는 때예요.

얼었던 살갗이 풀리고,

배고픔이 누그러지고,

세상이 따스해지는 때에요.

산들바람도 불어오지요.

 

난 차가운 연못에서 올라와요.

얼음 연못,

겨울 연못,

싸늘한 연못에서 올라와요.

따스해지는 공기를 숨 쉬러 온답니다.

 

그리고 푸룻한 갈대에 달라붙어요.

축축한 갈대,

진흙투성이 갈대,

가느다란 갈대에 달라붙어요.

주위는 온통 우리 개구리들이지요.

 

내 목청은 봄 사랑으로 부풀어 올라요.

비 사랑,

물 사랑,

청개구리 사랑으로 부풀어 올라요.

내 노랫소리는 높다랗고 아름답지요.

 

봄밤에 내 노래를 들어 봐요.

촉촉한 밤,

비 오는 밤,

오늘 밤, 오늘 밤에 내 노래를 들어 봐요.

내 노래를 들으며 잠들어 봐요.

 

어떠신가요?

시가 좋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시인 이상희의 번역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를 음미하며 읽다보면 연못에서 살고 있는 이들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그려져요.

이 책은 연못 위에 사는 생명을 시작으로, 연못 속에 사는 생명으로 옮아갔다 다시 연못 위로, 또 연못가의 진흙밭으로 그 시선을 옮겨가요. 그 사이 연못의 사계절 변화도 다 느낄 수 있지요.

《꼬물꼬물 곤충이 자란다》가 소란스런 곤충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청각을 자극했다면 이 책은 연못가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는 시각적 장치가 가득한 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림도 그렇지만 글자의 배열을 시각적으로 배치하거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진행방향도 시각적인 장치를 고려했지요.

정말이지 두 권 모두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생태그림책에요.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늘 꺼내보고 싶은 책이에요.








↑이름/비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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