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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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제 목    비나리 달이네집

비나리 달이네 집
권정생 글/김동성 그림/낮은산/2001.6.20.초판/63쪽/7500원


요즘엔 새로운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인문 책들은 불황인데 오로지(!) 활황인 게 '어린이 책' 시장인 것이 마냥 기뻐만 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낮은산'도 요즘 새롭게 생긴 출판사 가운데 하나다. '낮은산'이라……, 어린이 책 출판사치고는 이름이 별스럽다. 뭔가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것 같은 느낌?!
이 신생 출판사에서 처음 낸 책이 바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비나리 달이네 집》이다. 그리고 둘째 권으로 나온 책은 이현주 선생님의 《외삼촌 빨강 애인》이다. 역시 별스럽다. 신생 출판사에서 권정생 선생님의 새 작품을 첫 작품으로 낼 수 있었던 힘도 그렇고, 오랫동안 절필을 하셨던 이현주 선생님의 작품을 낸 것도 그렇다.
표지에 앞으로 나올 책이 세 권이 더 소개되어 있는데, 《아주 특별한 우리 형》과 《안내견 탄실이》를 썼던 고정욱 씨의 작품 《괜찮아》하고, 창작과비평사에서 공모한 '좋은 어린이 책' 을 수상한 《문제아》를 쓴 박기범 씨의 《새끼 개》가 포함되어 있다. 다른 한 권인 《늑대왕 핫산》을 쓰신 백승남 씨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생 출판사로선 대단한(!) 역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나리 달이네 집》은 권정생 선생님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달이는 사람들이 쳐놓은 덫에 다리 하나를 잃은 강아지고, 같이 사는 아저씨는 농사꾼 신부님이다. 물론 처음엔 농사꾼 신부가 아니었다. 커다란 성당의 주임 신부님이었다. 아저씨가 커다란 성당의 주임 신부님 자리를 박차고 농사꾼이 되기로 한 건 달이의 영향이 컸다. 달이의 말 때문에(달이는 말하는 강아지랍니다.) 성당에서 미사나 영성체만 하는 거에 대해 회의가 오고, 결국 하느님을 성당 안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 농사꾼이 된다.
하지만 이 때만해도 달이의 다리는 세 개가 아닌 네 개였다. 그런데 아저씨 신부님이 농사꾼으로 살 통나무집을 짓느라 바쁘다고 달이랑 전혀 놀아주지 않는 바람에 달이는 저 혼자 뛰어다니며 놀다가 그만 덫에 치인 것이다.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달이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외면을, 아저씨는 상처입은 내면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느님을 성당 안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려고 농사꾼이 된 아저씨 심부님은 달이에게 큰 죄를 지은 셈이다. 달이는 아저씨가 세상에 나올 필요성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가르쳐 주기까지 한 셈이고 말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함으로써 하나가 된다.
어느 날, 달이는 개울 둑길에 앉아 하늘의 달님을 쳐다보고 있는 아저씨를 보고 말한다.

"아빠, 이제 알았어!"
"뭘 알았니?"
"아빠는 달님을 좋아하는 거지?"
"……."
"그래서 내 이름이 달이가 된 거지?"
"그런데 아빠는 뭔가 마음이 추운 거지, 그렇지?"
"……."
"아빠, 어릴 때 뭘 했어?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아저씨는 얼른 대답을 안 했어요. 한참 있다가 입을 열어 말했어요.
"아빠가 달이처럼 쪼꼬만 할 때 전쟁이 있었지."
"……."
"폭격으로 집이 불 타고, 총으로 서로 죽이고, 식구들이 헤어지고……."
"……."
이번엔 달이가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리고 며칠 뒤 달이는 꿈을 꾼다. 꽃들이 하얗게 빨갛게 노랗게 마구 피어나는 널따란 풀밭에서 뛰어다니는 꿈을. 물론 달이의 다리도 네 개였다.
달이의 꿈! 그건 바로 작가의 꿈이다. 그러니 달이나 아저씨 신부님은 결국 작가인 권정생 선생님의 모습이었던 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달이나 아저씨 신부님이 실제 인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저학년 책으로 나왔지만, 사실 저학년들이 읽기엔 좀 관념적인 부분도 눈에 띈다. 하고 싶은 말을 등장인물이 아니라 설명투로 쓴 것도 좀 걸린다.
하지만 강아지 달이를 등장시켜 달이의 눈으로 풀어나간 게 자연스럽고, 글을 잘 받쳐주고 있는 그림(그림책을 보는 것 같다.)도 좋다. 특히 글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달이의 꿈 그림은 작가가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함께 나온 《외삼촌 빨강 애인》은 이현주 선생님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하고 봤는데…… 너무 오랫동안 아이들 곁을 떠나 계셨기 때문일까? 이야기가 관념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만 들었다. 아쉬었다. 그런데, 이 책 역시도 그림은 정말 좋았다. 특히 터널 속을 통과하는 장면은 정말 기가 막힌 장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낮은산'에서 계속 나올 새책들이 기대된다.


초등 3학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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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새책으로 소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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